가끔씩 목격하게 되는 요상한 일들. 예를들자면,

  •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켜지는 센서등.
  • 나 혼자 탄 엘레베이터의 만원 표시등.
  • 갑자기 바뀌어 있는 물건의 위치. 
  • 바람도 없는데 떨어진 진열장의 피규어.
  • 사람도 없는데 열리는 자동문.

과 같이 미니심쿵이 일어나는 일들. 

그런 일들이 만약에 귀신이 한 짓이면 어쩌지? 하고 무서워해왔다.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 그런 일을 하는 귀신은 그냥 재미없어서 죽은 귀신이 아닐까? 
  • 인생 노잼으로 살다가 억울하게 죽어버려서 재밌는 일에 원한이 남아버린 그런 귀신이 아닐까?
  • 너무 착하게 살다가 떠나게되어서 한번쯤이라고 짓궂고 싶은 것은 아닐까?
  • 사람을 놀래켜야만 승천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지금도 귀신이 무서워 불을 끄지 않고 안대를 쓰고 잔다. 그치만 결론적으로는 귀신을 좀 덜 무서워하기로 했다. (적어도 저런 일들에 대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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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내면 B 줄게라고 하는 식의 교육이 맘에 들지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A 좋아했었는데 (싫어하지않았는데) B 준다고하니 A 뭔가 견뎌내야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A 그 자체로부터, 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강조되었다면 난 조금 더 열심히 했을런지.

A가 힘들어도, A 자체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어땠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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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국내도서
저자 : 조남주
출판 : 민음사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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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은 나다. 

재수없는 세상이다.


김지영이 겪었던 미래가 나라는 생각을 하자 답답했다.

아이를 갖고 회사를 다닐 때 동료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만 하는 일은 끔찍한데,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나가면 맘충 소리를 듣게될까?

주부의 삶은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는것과 맘충 소리 듣는 것. 이 둘 중 하나일 뿐인 걸까? 주부대신 직업을 선택하면 모성애도 없는 독한 여자가 되어버리는 걸까?


밤에 이상한 남학생이 버스에서부터 소설의 김지영을 따라오고, 한 여자가 지영을 도와준다. 택시를 태워보내려는 지영의 부모님에게 그 여자가 하는 말.

'괜찮아요. 이 밤에는 택시가 더 무서워요'


밤에 택시에 탔다가 택시아저씨로부터 무섭고 음흉한 소리를 들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하자 자기가 이 밤에 '납치'하면 어쩌려고 밤늦게 택시를 탔냐고 그랬다.

터널을 지날땐, '자 이제 깜깜하고 어두운 터널 들어간다~~'라는 소리를 했다. 

나는 불쾌함을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

경윤이와 간 함평에서 택시 아저씨의 성희롱섞인 농담을 들어야 했고, 길바닥에 앉아 생라면을 먹으며 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자기들이 태워줄테니 술마시러 가자고 헌팅하는 남자들을 견뎌내야했다.

회식 후, 다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다린이와 창섭님이 내린 후에 나는 이상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여자 혼자', '자취', '요새 여자', '클럽', '나이트' , '여학생', '젊은 여자'

창섭님이 있을 때까진 별말 안하다가 왜 모두가 내리고나자 나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지, 여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만만하고 연약한지. 

그리고 나는 왜 두려움을 참아내야만 하는지.

유튜브에서 이 82년생 김지영을 읽고난 남녀의 리뷰 영상을 보았다. 남자들은 택시에서 그런 말을 들은적이 없으며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남자들에게 택시아저씨는 그냥 푸근한 존재이겠지? 나는 잠이 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데.

나는 너무 억울해지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정말 같은 세상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여성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이해가가기도 했다.


나도 택시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전에는 그냥 견뎌내야할 어른들의 짓궃은, 가벼운 농담쯤으로 생각했었고 택시가 이렇게 두렵지도 않았으니까

그런 것을 아예 느껴보지 못한 남자는 모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진 몰랐다하여도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조금은 알기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혜택을 누린다고,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더치페이도 하지 않는 여자는 김치녀이고 된장녀이라고 말하는 한국사회에서 그럼 너가 여자가 되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유리천장으로 가득 막혀있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밤에 으슥한 곳은 피해야한다. 화장실도 조심해야한다. 술은 적당히 마셔야한다. 짧은 옷을 입으면 안된다. 길을 걸을 때 음악을 듣지 않아야 한다. 

너희에게 당연한 자유로움이 없는, 한번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곳에서 두려움을 느껴보라고

왜 여자가 술먹고 길에서 뻗으면 골뱅이 소리를 듣고 강간을 당해도 술을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지,

남자가 술먹고 길에서 뻗으면 그냥 에피소드가 될 뿐인데


마지막에 의사가 등장해서는 자신은 김지영씨의 이야기를 듣고 , 정신과 의사였던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며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 간호사를 미혼 여성을 새 직원으로 뽑겠다고 한다

끝까지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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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국내도서
저자 : 가시라기 히로키 / 이지수역
출판 : 다산초당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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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에서 대여 E북을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미 7권이나 골랐지만 3만원을 채워야지만 추가 30%할인을 받을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장바구니에 집어 넣은 이 책.  
’절망독서’.
안샀으면 어쩔 뻔했을까? 정말 너무 좋았다. 작가의 문체는 너무나 따뜻하고 사려 깊어서 읽는 내내 맘이 불편한 지점이 1도 없었다.

절망을 이겨내기 위한 책이 요새 많이 나온다. 
옛날에는 본인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반면에 요새는 본인들이 모두 아픈사람이란 걸 인정하는 것 같다. 아픈사람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존감 책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아픈 상태를 어떻게 보낼것인지에 대한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았다.

작가는 대학교 3학년 때, 불치병에 걸리게 된다.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며 절망을 느낀다. 아, 나는 이제 더 이상 산을 오를 수도, 남들이 다 하는 취업을 할 수도 없구나. 그리고 그 절망의 기간에 절망적인 책들을 통해, 아니 절망적인 ‘이야기’들로부터 구원을 받는다. 예를 들어 어느날 벌레가 되어버린 ‘카프카’의 ‘변신’ 속 그레고리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내는 등 말이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져있다. 1부에서는 절망의 시기에 왜 절망적인 이야기를 탐독해야하는지, 2부에서는 자신이 읽고 좋았었던 절망적인 이야기(책, 드라마, 영화)등을 추천해준다.

작가가 말하는 절망독서의 필요성은 내가 소설 책이나, 에세이를 읽는 이유와 동일했다. 그래서 나는 더 이 책이 좋았다.사람은 공감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공감을 받지 못하면 외로워진다. 때로는 공감을 해주려는 사람들이 고맙지만 오히려 더 외로워질 때가있다.주변에 공감을 바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을때, 내가 기대했던 공감을 받지 못하거나 나의 고민이 가볍게 여겨지는 것에 나는 때때로 상처를 받곤했다. (물론, 고맙지만 그냥 상처를 받는다는 뜻이다. 나도 아마 그런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또, 그럴 땐 내 자신이 나를 완전히 공감해 주면 좋을텐데 나도 내 맘이나 생각에 공감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때, 책에서 다가오는 문장들, ‘그래! 내 맘이 이거야!’,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을 해본적 있어’ 라고 마음 속으로 외칠 수 있는 구절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주인공들이 어찌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는지. 왜 눈물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먹먹하고 슬펐는지.

변변찮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말이 오히려 슬프거나 답답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고독이나 슬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으며, 모든 개인의 고독이나 슬픔은 오롯이 모든 개인의 몫이기 때문일 것이다.

슬픔이나 절망은 불가피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크게 슬플 이유 하나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유가 없는데도 나는 계속 슬프고 눈물이 나서 더 서럽고 슬펐다. 이렇게 행복하고 어쩌면 감사해야할 수 있는 조건에도 이렇게 슬프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도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슬픈 이유가 있었다면 그 이유를 탓하면서, 그 이유만 아니라면 나는 행복할텐데! 라고 외칠 수 있었을 텐데 변명할 말이 없다.
그래서 '절망의 시기를 보내는 법을 알아두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큰 공감이 갔다.

절망을 가르쳐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엄마 아빠는 절망을 경험할 수 없도록 나를 키우셨다. 물론 아예 없을 순 없지만 아주 최소한의 절망만큼을 경험하게 끔. 그래서 재정적 어려움이나, 힘듦을 오빠나 나에게 일체 말하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부모님께서 겪으시는 절망의 크기가 컸었기 때문일까? '절망은 아주 힘든 것이니, 그러니 너희는 절망으로 빠지지 않도록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만 건너도록 해라.' 와 같은

하지만 절망은 불가피했고 오히려 나는 겁쟁이가 되었던 것 같다. 나무 다리를 건너는 것을 절망으로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건너지 않는 것이 더 겁쟁이라는 것도 모르고. 대학만 가면 행복할듯이 말했던 어른들의 말은..

절망감. 절망을 느끼더라도 받아들이고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 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절망의 기간을 보내렴. 절망을 통해 배운 것으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렴.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절망적인 상황이 있단다.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절망스러운 때가 있을 것이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너 조차도 알 수없는 이유없는 아픔과 슬픔과 고독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절망감을 회피하지 말렴. 파도를 피할 수 없듯이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나렴. 다시 일어나도 또 절망은 다가오겠지만 그것은 모두가 겪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좋았던 문구들

미술 전시회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라며 야유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잘 아는지 모르는지를 따지는 사고방식 자체도 문제겠지만, 어쨌거나 그 시점에는 그림이나 조각을 보고 전혀 감동이 없고 무미건조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젠가 과거에 본 그 작품이 머릿속에 떠오를 순간이 올테니까요. 그리고 그 작품을 다시 보고 싶어질테니까요. 그때에는 감동으로 마음이 떨릴지도 모릅니다. 그 떨림이 자신을 지탱해줄지도 모릅니다.

책을 사서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헛되고 아깝다는 말을 듣기 쉽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이란 우리 몸으로 치자면 여분의 힘입니다. 그 힘이 없으면 여차할 때 곤란해집니다. 절망에 빠지게 된 순간, 그중 어느 책의 제목이 갑자기 눈에 들어올지 모릅니다. 사람은 쓰러지는 순간 집어든 책에 구원받기도 합니다.

투병기도 종종 받았습니다. 이 또한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잘 이해되었으며, 저도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읽기에는 괴로운 면이 있었습니다. 병이라는 것은, 설령 같은 병이라도 증세가 상당히 다릅니다. 자신보다 가벼우면 참고가 안된다고 느끼고, 자신보다 무거우면 그것대로 침울해집니다. 투병기의 주인공은 대게 ‘병에 걸려도 밝고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내는 쪽은 ‘그런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 격려가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이며, 확실히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투병기를 받으면 부모님께 위인전을 받으며 ‘이런 사람을 본받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라는 말을 듣는 초등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평범한 인간은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병과 싸우는 것만해도 힘든데, 그에 더해 훌륭한 사람까지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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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국내도서
저자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 이재황역
출판 : 문학동네 200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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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변신이 국어 교과서 어디에 실렸었더라? 중학교? 고등학교?

실린 곳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슬펐다. 왜 벌레가 되어서.. 그것도 아무런 이유 없이, 뭘 잘못하지도 않았는데도

최근 절망독서를 읽고, 카프카의 이야기를 추천해주는 작가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던 생각이 나서 빌려보았다.

무력함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폐가 되는 존재,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의 경멸.

결말은 해피엔딩이기를 바랬다. 죽은 뒤에라도 그레고리가 사람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이 눈물을 흘려주기를 바랬는데(그게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레고리가 죽은 것에 감사하며 그들의 삶을 살아낸다.

하루아침 사이 내가 벌레가 된다는 것이 예전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벌레가 된다는 것이 텍스트 자체의 벌레 뿐 아니라 징그럽고 해악함. 소통할 수 없음, 무력함 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 새 내가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병에 걸린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돌이 되버린다면. 식물인간이 된다면.

내가 벌레가 된다면 우리가족은 날 사랑해줄까?
반대로 우리가족 중 누군가가 벌레가 된다면 나는 동일하게 대할 수 있을까?

슬프다.

왜 벌레가 되어버린걸까? 그 ‘왜’가 예전에는 궁금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이유없이 벌레가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미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말하는 것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라는 것 처럼

벌레가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의 속은 그대로인데, 내가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일을 할 수도 없고 대화도 할 수도 없고 징그럽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같다.

카프가는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된 걸까?
평범한 사람이었다던데. 머릿속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레고리가 벌레가 아니라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되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레고리가 집을 떠나서 벌레들이랑이라도 어울릴 수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공감은 너무나 중요한 것 같다. 같은 처지의 벌레들이랑 어울릴수라도 있다면
그 역시 괴로우려나? 하지만 외롭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라면.. 벌레들이랑 어울리려고 해보지 않았을까?

그레고리가 말이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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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국내도서
저자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도정일역
출판 : 민음사 199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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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 조지오웰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 것은 새롭다.중학교 때 읽었던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다시 읽었다.그 때나 지금이나 난 귀여운 동물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동물농장이라는 제목의 미니북을 발견하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해’ 외치며 엄마에게 사달라고 졸라서 샀으나읽었던 내용이 내가 생각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의 이야기(동물들이 복작복작 귀엽게 모여있는 농장을 상상했다.)가 아니어서 당황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이 여럿 있었다.

하나는 어떻게 이렇게 세상을 묘사를 잘했을까?
입맛대로 흔들리며 ‘네발은 좋고, 두발은 나쁘다’를 멍청하게 따라 외는 양들. 글을 읽지못하는 대부분의 동물들. ‘내가 열심히 하면 돼’를 외치며 바보같이 자신을 혹사하는 말. 인간이 주는 각설탕과 리본이 좋아서 결국 인간세계로 가는 말 몰리, 간신배같은 돼지들, 입맛대로 계명을 바꿔나가는 돼지들, 글을 읽을 줄 알아도 괜한 데 엮이기 싫다며 바뀐 일곱계명을 읽기를 거부하는 말. 계명을 어긴다고 의심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이 잘못 기억한 것이라고 믿는 말들. 그냥 우리 세상같았다. 돼지같은 정치인들이 생각났다.

또 읽으면서 선동되는 나를 발견하면서 참 멍청한 동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동물들이 인간들에게 반란을 일으킬 때, 나는 동물들의 편에서 생각했고 인간들을 몰아내는 모습이 통쾌했다. 그러다, 스노우볼이 쫓겨나고 나폴레옹이 부당한 모습을 취하는 것을 보자 나폴레옹이 쫓겨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면서 인간들의 편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저것들 다 몰아냈으면, 하는 생각. 그러다 인간과 돼지가 한편이 된 모습에선.. 아.. 노답이다. 하는 생각. 계속해서 동물과 인간사이의 편에서 흔들리다 보니까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한 내 견해도 그렇지 않은가? 나는 옳다고 사람들이 미는 쪽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 정의로워 보이는 사람이나 정당이 내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주관이 아닌 내 주변의 주관이랄까?

스노우 볼이 쫓겨나고 나폴레옹이 독재자로 자리매김하자,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빨리 스노우볼이 다시 나타났으면, 스노우볼이라면 안이럴텐데, 스노우볼이라면 더 평등한 사회를 이륙할텐데, 이래서 지도자가 중요하구나…'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보니 그것도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노우볼도 돼지들만이 우유와 사과를 먹는 일에 아무런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 돼지들이 똑똑하고 많은 일을 하기 떄문에 우유와 사과를 먹겠다.
그 의견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던 스노우 볼도 결국은 똑같은 돼지일 뿐이 아닌가. 그런 생각
정치는 최악을 피하는 거다? 이런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동의한다.
뭐 아무리 그랬어도 나폴레옹보다는 스노우볼이 나은 것 같다.

동물들의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는 동물들의 나폴레옹에 대한 반란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어느새 동물들의 독재가 당연한 것 처럼 되어있었기 떄문에
부당함을 깨우치는데 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래도 영웅같이 똑똑한 동물들이 또 나타나기를 원한다. 또 뭉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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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국내도서
저자 : 은희경
출판 : 문학동네 20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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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아 보성에 있는 친할머니댁에 내려갔었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한 밤부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집에 언제가?’ 

하루밤이 지나 아침이 되고 오후가 되었다.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잠을 자는 것 밖에 없었다. 자도자도 끝나지 않던 오후, 정희언니였던가 정님이 언니였을까?


"유진아, 이거라도 읽을래?" 해서 읽게되었던 책. 새의 선물.


그때도 지금도 책은 재미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때 내 나이는 12살 진희에 더 가까운 나이었고 지금은 21살 진희의 이모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것.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내용들이 오히려 야하게 느껴지는 것.

책 속의 15살 미소년 현석오빠와 책의 주인공 12살 진희가 뽀뽀하는 장면에서 두근두근 설렜던 16살의 나. 나는 이제 어느새 책속에 나오는 진희의 이모보다 나이가 먹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상상한 어른이 된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은 큰 차이가 있다. 나는 25살이 되면 돈도 많이 벌 줄 알았고, 나만의 전문 분야가 있을 줄 알았고, 아는 것이 많아 질 줄 알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줄 알았다. 근데 26.5세의 나는 그대로다.

공부를 해야하는 걸 알면서도 하기 싫어 공부빼고 모든 것이 재미있었던 고등학생 때와일을 해야하는 것을 알기에 일빼고 모든 것이 재미있는 회사원이 다를 것이 없다. 아직도 친구들을 만나면 장난을 치느라 건물 뒤로 숨고, 등 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이 아직도 재미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그때 다 자란 것이 아니었나싶다. 

그래서 요새는 기대가 별로 없다. 어른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에. 삶이 권태롭고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그 순간들이 늘어나서 기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책 속의 진희는 12살인데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무엇을 알게되었을까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 기쁨을 준 다음에는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기쁨을 도로 뺏어갈지도 모르고 또 기쁨을 준 만큼의 슬픔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무 기쁨을 내색해도 안 된다. 그 기쁨에는 완전히 취하는 것도 삶의 악의를 자극하는 것이 된다. 허석과 만날일이 기쁘면 기쁠수록 내색을 하지 말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구의 삶에서든 기쁨과 슬픔은 거의 같은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이처럼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은 이만큼의 슬픈 일이 있다는 뜻임을 상기하자.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때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편지를 가슴에 껴안고 즐거워 하거나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내 모습을 악의로운 삶에게 들키면 안 된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더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 정이 더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게 사랑이다.

할머니의 사랑 중에 고운 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나라면 이모는 물론 미운 정 쪽이다. 이모는 고운 정을 갖기는  틀렸기 때문에 할머니에게서 완전한 사랑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다. 그러나 나는 미운 정을 얻기 위해 할머니에게 함부로 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이 없다. 어쩌면 미운 정이란 고운 정보다 훨씬 더 얻기 힘든 무르익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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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국내도서
저자 : 이랑
출판 : 달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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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 이랑


이랑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이다. 이랑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슬프고 담담한 솔직하고 필터링없는 가사들을 좋아한다.

신의 놀이 앨범을 구입했었다. 신의 놀이 앨범은 일반적인 앨범들과 다르게 이랑의 에세이가 담겨있고 그와 맞는 이랑의 노래 가사가 적혀있고, 그를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 CD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CDP가 없는 관계로)

이랑의 ‘신의 놀이’를 읽고 듣고 더 팬이 되어버린 나는 이 제목을 보자마자 구입하려고 하다가 망설였었는데, 교보 도서관에 있어서 행복하게 대출하였다.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니. 흑.. 제목부터 너무 공감이 갔다.

이랑의 에세이를 읽으면 이랑의 머릿속 자신의 생각을 너무 잘 표현해서, 내가 이렇게 이사람의 속내를 다 알아버려도 되나 싶은 감정이 들 떄가 있다. 나랑 되게 다른 사람인데, 되게 공감이 가고 읽다보면 눈물이 난다. 일뿐인 삶이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그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이랑은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 그 자체인 것 같다.

신의 놀이에서 이미 읽었던 중복되는 에세이도 꽤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어도 좋았던 것은 일본에서 있었던 전시. 자기가 어떤 상황에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위에서 찍은 것들을 모아놓은 전시.

This is what I was wearing when I have to say goodbye to someone who i never want to say goodbye.

또,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부분은 다시봐도 공감이었다.

‘신곡의 방’ 앨범 몇개를 들은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난 이랑의 팬이니까! 그냥 앨범의 일환인 줄 알았는데 신곡의 방은 이랑이 일본에서 보았던 신곡의 방을 한국에서 진행한 공연이었다. 정기적인 가수(이랑)와 게스트 가수 한명이 아무런 곡이 쓰이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만나, 두명이서 2~3시간 동안 함께 화이트보드에 가사를 쓰고 음을 붙이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함께하는 공연이다.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이랑은 대체 뭐하자는 사람일까?그리고 예술이란 대체 무엇일까? 예술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힘은 강력하다. 난 예술 덕분에 사는 것 같다. 예술이 내 직업은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위안을 받고 원동력이 되고 기분전환이 된다.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직업이 아니더라도 예술을 소중히 생각하는. 삶을 예술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다. 개발을 예술로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래는 내가 읽으며 좋았던 구절들

면접관이 ‘왜 작품활동을 못하고 있냐’고 물어서 ‘돈이 없다’는 얘기를 꺼냈는데 면접관은 ‘왜 돈이 없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나는 그 질문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돈이 없나.’ 그것에 대해서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매일매일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헌데 그렇게 들고 나가서는 꺼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돌아오는 날이 태반이다. 집을 나와 좀 걷다가 어디 좀 구경하다 카페에 앉으면 금세 밥시간이고 밥 먹고 운동 갔다 오면 왜 밤 열한시? 그럼 떙이다. 매일 집을 나서며 오늘은 과연 노트북을 꺼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 결국 아무것도 쓰지 않고 돌아오는 날엔 하루에 한 글자도 안쓰고 왜 이리 피곤한지 스스로 의문투성이다. … 웃다 슬프다 잠든다. 내일은 꼭 뭔가 써야지, 꼭 써야지. 글은 매일 써야지 생각하면서.

그렇게 객석을 꽉 채운 사람들이 모두 수화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두 손을 들어 반짝반짝 흔들면서도 극장 안이 너무 조용한게 이상해 좌우를 돌아봤는데, 모두가 손을 반짝반짝 열심히 흔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이게 바로 보라 부모님의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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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국내도서
저자 : 에밀 아자르(Emile Ajar) / 용경식역
출판 : 문학동네 200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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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 수 없어요."

절망독서를 읽고나서, 고전을 읽고 싶어졌다. 많이 들어본 서명이라 좋은 책이겠거니라는 생각에, 그리고 서명에 끌려 책을 빌리게 되었다. 이끌렸던 이유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것이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할 삶이라는 뉘앙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새 삶은 내가 감당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앞에 놓여진 나의 삶이라는 처절한 느낌이 나기도 하였다.)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을 유난히 더 좋아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실만 늘어놓는 것보다는 주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남의 생각을 엿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제 3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화자는 10살로 알고 자란 14살 아이 모하메드(모모)다. 화자가 아이인 소설도 좋아한다. 작가의 의도된 순수함을 보는 것이 좋고, 그 순수함이 잘 표현이 되면 귀여운 웃음이 나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대략,

로자아줌마가 있다. 로자 아줌마는 창녀들의 아이를 맡아 길러주는 일을 한다.모모는 로자아줌마가 맡아 길러주는 아이 중 하나이다. 돈은 꼬박꼬박 오지만 모모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모모는 예쁘고 잘생겼고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관심을 받고 싶은 10살 아이이다. 그래서 일부러 도둑질을 하고 일부러 들키고는 한다.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로자아줌마와 모모는 서로를 의지한다. 욕을하고 끔찍해하면서도.그러던 로자아줌마는 뇌혈증에 걸리게 되어 자주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점점 미쳐가고 죽어간다. 뇌혈증에 걸린 로자아줌마를 카츠라는 이름의 의사는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로자아줌마와 모모는 병원에서 죽지도 못하고 숨만 붙어있는 상태를 끔찍히 여긴다(죽어가는 것을 겨우 다시 살려내는 것을, 숨만 붙어있는 상태를).  모모는 아줌마의 친척들이 아줌마를 이스라엘로 데려가려 한다고,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의사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몰래 로자 아줌마를 지하실로 옮긴다.로자아줌마는 지하실에서 죽는다. 모모는 창백해져가는 아줌마의 얼굴에 화장을 시킨다. 냄새가 나면 향수를 뿌린다.향수가 냄새를 덮지 못하면 밖에 나가서 향수를 훔쳐와서 다시 향수를 쏟아 붓는다. 얼굴에 화장을 시킨다. 그러다 이웃의 신고로 들킨다. 끔찍한 일이라며 시체를 옮기는 사람들을 보며 모모는 생각했나? 말하기를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 수 없어요.

어느 한 창녀의 버려진 아이인 모모. 관심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나쁜 행동을 하고 누군가의 눈에 띄도록 일부러 기다리고, 맞으며 아우성치는 아이가 불쌍했다. 모모의 시니컬함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고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자조적인 웃음을 띄는 느낌이랄까.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우정 또한 안쓰러웠다. 서로를 제외하고 의지할 곳 없어, 사랑할 사람없어 서로를 꼭 끌어안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시체에 화장을 시키고 향수를 뿌리고 다시 창백해지면 화장을 시키고 냄새가나면 향수를 뿌리는 그 과정은 너무 슬펐다. 

수용소에 갔다와서 일평생 트라우마를 겪는 로자아줌마에게 뭐가 두렵냐며 묻자 “무서워 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라는 로자아줌마의 말도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빅토르위고의 책을 소중히 여기는 하밀 할아버지의 말들 또한..

재밌고, 안쓰럽고, 찡한 책이었다.

책의 내용도 슬프고 재미있었지만, 작가또한 재미있었다. 에밀 아자르는 사실 에밀 아자르가 아니라 ‘로망 가리’ 라는 작가이다.

그는 이미 여러차례 상을 수상한 작가인데, 수상 이후로 내는 소설 마다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는다. 그러던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내고 원칙적으로 한 사람이 단 한번만 받아야 하는 상을 또 받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 자신이 사실 로망가리임을 밝히며 쓴 이야기에 킥킥대며 장난기가 묻어있는 느낌이었다. '힝~ 속았지!' 하는. 그러면서 로망가리로 또 책을 내는데 그건 여전히 비판 투성이다. 로망가리는 자살했다. 

내 작품이 오롯이 내 작품으로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평가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건 괴로웠을 것 같다. 




아래는 내가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들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의 눈에 띄도록 일부러 기다렸다. 주인이 나와서 따귀를 한 대 갈기면 나는 아우성을 치며 울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었다.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 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떄문이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떄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그 구경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 모두가 실제 인간이 아니라 기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고통받지 않으며 늙지도 않고 불행에 빠지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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