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좋았다
오늘도 어제가 좋았다
어제가 좋았다, 매일
내일도 어제가 좋을 것이다.

​황인숙 - 희망

어머니 전 혼자예요

오늘도 혼자고 어제도 혼자였어요
공중을 혼자 떠도는 비눗방울처럼
무섭고 고독해요
나는 곧 터져버려 우주 곳곳에 흩어지겠지요
아무도 제 소멸을 슬퍼하지 않아요

어머니 전 혼자예요
오늘도 혼자고 어제도 혼자였어요
고요히 솟아오르는 말불버섯 홀씨처럼
어둡고 축축해요
나는 곧 지구 부피의 여덟 배로 자랄 거예요
아무도 이 거대한 가벼움을 우려하지 않아요

여기에는 좁쌀 알만 한 빛도
쓰레기 같은 정신도 없어요
혼자 생각했어요
연기(緣起)가 없는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우연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단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타이가의 호수에서 보았지요
안녕하세요? (하고) 긴 꼬리를 그으며
북반구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을
안녕? 나는 무사해
어둠이 내 유일한 인사였어요
이것이 내 유일한 빛이었어요

나의 우주에 겨울이 오고 있어요
나는 우주의 먼지로 사라져 다시
어느 별의 일부가 될 거예요
새로울
나의 우주는 아름다울까요?

혼자 생각해봐요
이 무한에 내릴 흰 눈에 대해서
소리도 없이,
소.리.도.없.이.내.릴.흰.눈
에 대해서

어머니 전 혼자예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울지요
나는 어디에 있나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누구에게든 알려주고 싶어요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에도
아름다움은 있을까요?

거기에, 거기에 고여 있을까요?
존재가 없는 연기처럼
검은 구멍처럼

어머니 전 혼자예요
쇠락하고 있지요


함성호,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돌아오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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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책이 그리울 때가있다.

빛바랜 노란 종이의 쿱쿱한 곰팡이 냄새.


공공의 책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듯, 도서관의 책을 읽다보면 여기저기에 쳐둔 밑줄과 낙서들을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

이상하게 나는 그런 흔적들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웠다.

물론, 누군가가 뭍혀놓은 코딱지나 침은 당연히 불쾌했지만.


누군가의 감명을 받은 구절을 보게된다. 이 책에 밑줄을 긋던 어떤 사람의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아무 연고도 없는, 어딘가에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간을 공유하는 느낌이 든다.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낙서는 즐겁다. 

일테면, 내가 지금 앉아있는 벤치의 아랫편처럼.

영훈 (하트) 연지. 같은 낙서를 남겼던 영훈이와 연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글자를 적었을까? 

여름이었을까. 봄이었을까. 아님 춥지만 둘이어서 가장 따뜻할 겨울이었을까? 아직도 잘 사귀고 있을까?

그런것들을 상상하게된다.


한 때 전국 곳곳의 낙서를 모아 전시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낙서를 발견할때마다 사진을 찍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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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한껏 노곤해진 상태로 뽀송하고 폭신한 침대 위. 

시원한 맥주 한 모금. 

결말을 알아도 볼 때마다 항상 새롭고 즐거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다가 아무생각 없이 차츰차츰 잠들고 싶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이 고양이처럼 털달린 귀여운 동물 칭구가 옆에 있음 좋겠다. 

따뜻한 몸을 폭폭 쓰담쓰담. 

구치만 내 방은 너무나 쟉고 좁은걸. 

내 방처럼 좁은  난 내 자신도 잘 돌보지 못하구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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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국내도서
저자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 최민우역
출판 : 다산책방 2015.05.20
상세보기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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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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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주제는 “꿈”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꿈의 제조과정이 간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생각만큼 간단한 일은 아니죠. 

복잡한 요인들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먼저, 잡다한 생각들을 집어 넣고

다음엔, 과거의 추억과 뒤얽힌 오늘의 기억을 추가합니다. 

사랑, 우정같은 온갖 관계와 감정들이, 오늘 들었던 노래나 오늘 보았던 것들과 혼합되면… 개인적인 것들도요. 

잠깐, 다된 것 같아요. 그래! 성공이에요. 

좋아요. 이제 상영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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