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책이 그리울 때가있다.

빛바랜 노란 종이의 쿱쿱한 곰팡이 냄새.


공공의 책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듯, 도서관의 책을 읽다보면 여기저기에 쳐둔 밑줄과 낙서들을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

이상하게 나는 그런 흔적들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웠다.

물론, 누군가가 뭍혀놓은 코딱지나 침은 당연히 불쾌했지만.


누군가의 감명을 받은 구절을 보게된다. 이 책에 밑줄을 긋던 어떤 사람의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아무 연고도 없는, 어딘가에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간을 공유하는 느낌이 든다.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낙서는 즐겁다. 

일테면, 내가 지금 앉아있는 벤치의 아랫편처럼.

영훈 (하트) 연지. 같은 낙서를 남겼던 영훈이와 연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글자를 적었을까? 

여름이었을까. 봄이었을까. 아님 춥지만 둘이어서 가장 따뜻할 겨울이었을까? 아직도 잘 사귀고 있을까?

그런것들을 상상하게된다.


한 때 전국 곳곳의 낙서를 모아 전시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낙서를 발견할때마다 사진을 찍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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