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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라는 제목부터가 맘에 콕 들어왔다. 제목만으로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은 단편집이다. 그리고 모든 단편이 왜이렇게 담담하게 슬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첫번째 단편, 쇼코의 미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 온 여고생 쇼코는 소유네 집에서 일주일 간 홈스테이를 한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할아버지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소유. 일본어와 영어를 하는 쇼코는 가족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 쇼코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서도 할아버지와 소유와 팬팔을 열흘정도의 간격으로 주고 받는다. 쇼코는 쇼코의 할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소유에게 말한다. 소유의 할아버지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소유의 할아버지는 과장섞인 거짓말을 보태어 쇼코에게 편지를 보낸다.
가까울수록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꺼려질 때가, 불편할 때가, 힘들 때가 있다. 적당한 거짓말을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맘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내 현실이 아닌 나의 꿈과 희망을 말하는 나인 것으로 말하는 때가 있다.
읽으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솔직해지지 못하고있다. 너무 소중하기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날 잘 모르는 하는 사람의 말은 그냥 흘려 넘길 수 있는데 날 잘 아는 사람들이 해주는 말과 조언은 흘려들을 수 없어서 지레 겁먹고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맘 속에는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너희를 정말 좋아해 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아래는 내가 읽으면서 좋았던 단편의 다른 부분들, 씬짜오, 씬짜오라는 단편의 일부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끝이 어떠했든 추억만으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 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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