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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변신이 국어 교과서 어디에 실렸었더라? 중학교? 고등학교?
실린 곳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슬펐다. 왜 벌레가 되어서.. 그것도 아무런 이유 없이, 뭘 잘못하지도 않았는데도
최근 절망독서를 읽고, 카프카의 이야기를 추천해주는 작가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던 생각이 나서 빌려보았다.
무력함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폐가 되는 존재,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의 경멸.
결말은 해피엔딩이기를 바랬다. 죽은 뒤에라도 그레고리가 사람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이 눈물을 흘려주기를 바랬는데(그게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레고리가 죽은 것에 감사하며 그들의 삶을 살아낸다.
하루아침 사이 내가 벌레가 된다는 것이 예전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벌레가 된다는 것이 텍스트 자체의 벌레 뿐 아니라 징그럽고 해악함. 소통할 수 없음, 무력함 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 새 내가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병에 걸린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돌이 되버린다면. 식물인간이 된다면.
내가 벌레가 된다면 우리가족은 날 사랑해줄까?
반대로 우리가족 중 누군가가 벌레가 된다면 나는 동일하게 대할 수 있을까?
슬프다.
왜 벌레가 되어버린걸까? 그 ‘왜’가 예전에는 궁금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이유없이 벌레가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미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말하는 것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라는 것 처럼
벌레가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의 속은 그대로인데, 내가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일을 할 수도 없고 대화도 할 수도 없고 징그럽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같다.
카프가는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된 걸까?
평범한 사람이었다던데. 머릿속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레고리가 벌레가 아니라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되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레고리가 집을 떠나서 벌레들이랑이라도 어울릴 수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공감은 너무나 중요한 것 같다. 같은 처지의 벌레들이랑 어울릴수라도 있다면
그 역시 괴로우려나? 하지만 외롭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라면.. 벌레들이랑 어울리려고 해보지 않았을까?
그레고리가 말이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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