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국내도서
저자 : 조남주
출판 : 민음사 2016.10.14
상세보기

82년생 김지영은 나다. 

재수없는 세상이다.


김지영이 겪었던 미래가 나라는 생각을 하자 답답했다.

아이를 갖고 회사를 다닐 때 동료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만 하는 일은 끔찍한데,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나가면 맘충 소리를 듣게될까?

주부의 삶은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는것과 맘충 소리 듣는 것. 이 둘 중 하나일 뿐인 걸까? 주부대신 직업을 선택하면 모성애도 없는 독한 여자가 되어버리는 걸까?


밤에 이상한 남학생이 버스에서부터 소설의 김지영을 따라오고, 한 여자가 지영을 도와준다. 택시를 태워보내려는 지영의 부모님에게 그 여자가 하는 말.

'괜찮아요. 이 밤에는 택시가 더 무서워요'


밤에 택시에 탔다가 택시아저씨로부터 무섭고 음흉한 소리를 들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하자 자기가 이 밤에 '납치'하면 어쩌려고 밤늦게 택시를 탔냐고 그랬다.

터널을 지날땐, '자 이제 깜깜하고 어두운 터널 들어간다~~'라는 소리를 했다. 

나는 불쾌함을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

경윤이와 간 함평에서 택시 아저씨의 성희롱섞인 농담을 들어야 했고, 길바닥에 앉아 생라면을 먹으며 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자기들이 태워줄테니 술마시러 가자고 헌팅하는 남자들을 견뎌내야했다.

회식 후, 다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다린이와 창섭님이 내린 후에 나는 이상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여자 혼자', '자취', '요새 여자', '클럽', '나이트' , '여학생', '젊은 여자'

창섭님이 있을 때까진 별말 안하다가 왜 모두가 내리고나자 나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지, 여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만만하고 연약한지. 

그리고 나는 왜 두려움을 참아내야만 하는지.

유튜브에서 이 82년생 김지영을 읽고난 남녀의 리뷰 영상을 보았다. 남자들은 택시에서 그런 말을 들은적이 없으며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남자들에게 택시아저씨는 그냥 푸근한 존재이겠지? 나는 잠이 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데.

나는 너무 억울해지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정말 같은 세상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여성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이해가가기도 했다.


나도 택시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전에는 그냥 견뎌내야할 어른들의 짓궃은, 가벼운 농담쯤으로 생각했었고 택시가 이렇게 두렵지도 않았으니까

그런 것을 아예 느껴보지 못한 남자는 모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진 몰랐다하여도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조금은 알기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혜택을 누린다고,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더치페이도 하지 않는 여자는 김치녀이고 된장녀이라고 말하는 한국사회에서 그럼 너가 여자가 되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유리천장으로 가득 막혀있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밤에 으슥한 곳은 피해야한다. 화장실도 조심해야한다. 술은 적당히 마셔야한다. 짧은 옷을 입으면 안된다. 길을 걸을 때 음악을 듣지 않아야 한다. 

너희에게 당연한 자유로움이 없는, 한번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곳에서 두려움을 느껴보라고

왜 여자가 술먹고 길에서 뻗으면 골뱅이 소리를 듣고 강간을 당해도 술을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지,

남자가 술먹고 길에서 뻗으면 그냥 에피소드가 될 뿐인데


마지막에 의사가 등장해서는 자신은 김지영씨의 이야기를 듣고 , 정신과 의사였던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며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 간호사를 미혼 여성을 새 직원으로 뽑겠다고 한다

끝까지 현실적인 소설이었다.


'단조롭고 즐거운 일상 >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년을 위로해줘 - 은희경  (0) 2018.03.05
혼자서 완전하게 - 이숙명  (0) 2018.03.03
절망독서  (0) 2017.09.10
변신  (0) 2017.09.10
동물농장  (0) 2017.09.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