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국내도서
저자 :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 이재황역
출판 : 문학동네 200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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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변신이 국어 교과서 어디에 실렸었더라? 중학교? 고등학교?

실린 곳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슬펐다. 왜 벌레가 되어서.. 그것도 아무런 이유 없이, 뭘 잘못하지도 않았는데도

최근 절망독서를 읽고, 카프카의 이야기를 추천해주는 작가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던 생각이 나서 빌려보았다.

무력함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폐가 되는 존재,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로부터의 경멸.

결말은 해피엔딩이기를 바랬다. 죽은 뒤에라도 그레고리가 사람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이 눈물을 흘려주기를 바랬는데(그게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레고리가 죽은 것에 감사하며 그들의 삶을 살아낸다.

하루아침 사이 내가 벌레가 된다는 것이 예전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벌레가 된다는 것이 텍스트 자체의 벌레 뿐 아니라 징그럽고 해악함. 소통할 수 없음, 무력함 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 새 내가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병에 걸린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돌이 되버린다면. 식물인간이 된다면.

내가 벌레가 된다면 우리가족은 날 사랑해줄까?
반대로 우리가족 중 누군가가 벌레가 된다면 나는 동일하게 대할 수 있을까?

슬프다.

왜 벌레가 되어버린걸까? 그 ‘왜’가 예전에는 궁금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이유없이 벌레가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미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내가 말하는 것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라는 것 처럼

벌레가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의 속은 그대로인데, 내가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일을 할 수도 없고 대화도 할 수도 없고 징그럽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같다.

카프가는 왜 이런 소설을 쓰게 된 걸까?
평범한 사람이었다던데. 머릿속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만약 그레고리가 벌레가 아니라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가 되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레고리가 집을 떠나서 벌레들이랑이라도 어울릴 수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공감은 너무나 중요한 것 같다. 같은 처지의 벌레들이랑 어울릴수라도 있다면
그 역시 괴로우려나? 하지만 외롭지 않을 수 있으니까 나라면.. 벌레들이랑 어울리려고 해보지 않았을까?

그레고리가 말이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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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국내도서
저자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도정일역
출판 : 민음사 199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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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 조지오웰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 것은 새롭다.중학교 때 읽었던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다시 읽었다.그 때나 지금이나 난 귀여운 동물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동물농장이라는 제목의 미니북을 발견하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해’ 외치며 엄마에게 사달라고 졸라서 샀으나읽었던 내용이 내가 생각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의 이야기(동물들이 복작복작 귀엽게 모여있는 농장을 상상했다.)가 아니어서 당황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이 여럿 있었다.

하나는 어떻게 이렇게 세상을 묘사를 잘했을까?
입맛대로 흔들리며 ‘네발은 좋고, 두발은 나쁘다’를 멍청하게 따라 외는 양들. 글을 읽지못하는 대부분의 동물들. ‘내가 열심히 하면 돼’를 외치며 바보같이 자신을 혹사하는 말. 인간이 주는 각설탕과 리본이 좋아서 결국 인간세계로 가는 말 몰리, 간신배같은 돼지들, 입맛대로 계명을 바꿔나가는 돼지들, 글을 읽을 줄 알아도 괜한 데 엮이기 싫다며 바뀐 일곱계명을 읽기를 거부하는 말. 계명을 어긴다고 의심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이 잘못 기억한 것이라고 믿는 말들. 그냥 우리 세상같았다. 돼지같은 정치인들이 생각났다.

또 읽으면서 선동되는 나를 발견하면서 참 멍청한 동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동물들이 인간들에게 반란을 일으킬 때, 나는 동물들의 편에서 생각했고 인간들을 몰아내는 모습이 통쾌했다. 그러다, 스노우볼이 쫓겨나고 나폴레옹이 부당한 모습을 취하는 것을 보자 나폴레옹이 쫓겨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면서 인간들의 편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저것들 다 몰아냈으면, 하는 생각. 그러다 인간과 돼지가 한편이 된 모습에선.. 아.. 노답이다. 하는 생각. 계속해서 동물과 인간사이의 편에서 흔들리다 보니까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한 내 견해도 그렇지 않은가? 나는 옳다고 사람들이 미는 쪽을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 정의로워 보이는 사람이나 정당이 내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주관이 아닌 내 주변의 주관이랄까?

스노우 볼이 쫓겨나고 나폴레옹이 독재자로 자리매김하자,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빨리 스노우볼이 다시 나타났으면, 스노우볼이라면 안이럴텐데, 스노우볼이라면 더 평등한 사회를 이륙할텐데, 이래서 지도자가 중요하구나…'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보니 그것도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노우볼도 돼지들만이 우유와 사과를 먹는 일에 아무런 의견을 표하지 않았다. 돼지들이 똑똑하고 많은 일을 하기 떄문에 우유와 사과를 먹겠다.
그 의견에 아무런 이견이 없었던 스노우 볼도 결국은 똑같은 돼지일 뿐이 아닌가. 그런 생각
정치는 최악을 피하는 거다? 이런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동의한다.
뭐 아무리 그랬어도 나폴레옹보다는 스노우볼이 나은 것 같다.

동물들의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나는 동물들의 나폴레옹에 대한 반란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어느새 동물들의 독재가 당연한 것 처럼 되어있었기 떄문에
부당함을 깨우치는데 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래도 영웅같이 똑똑한 동물들이 또 나타나기를 원한다. 또 뭉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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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국내도서
저자 : 은희경
출판 : 문학동네 20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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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아 보성에 있는 친할머니댁에 내려갔었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한 밤부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집에 언제가?’ 

하루밤이 지나 아침이 되고 오후가 되었다.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잠을 자는 것 밖에 없었다. 자도자도 끝나지 않던 오후, 정희언니였던가 정님이 언니였을까?


"유진아, 이거라도 읽을래?" 해서 읽게되었던 책. 새의 선물.


그때도 지금도 책은 재미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때 내 나이는 12살 진희에 더 가까운 나이었고 지금은 21살 진희의 이모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것.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내용들이 오히려 야하게 느껴지는 것.

책 속의 15살 미소년 현석오빠와 책의 주인공 12살 진희가 뽀뽀하는 장면에서 두근두근 설렜던 16살의 나. 나는 이제 어느새 책속에 나오는 진희의 이모보다 나이가 먹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상상한 어른이 된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은 큰 차이가 있다. 나는 25살이 되면 돈도 많이 벌 줄 알았고, 나만의 전문 분야가 있을 줄 알았고, 아는 것이 많아 질 줄 알았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줄 알았다. 근데 26.5세의 나는 그대로다.

공부를 해야하는 걸 알면서도 하기 싫어 공부빼고 모든 것이 재미있었던 고등학생 때와일을 해야하는 것을 알기에 일빼고 모든 것이 재미있는 회사원이 다를 것이 없다. 아직도 친구들을 만나면 장난을 치느라 건물 뒤로 숨고, 등 뒤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이 아직도 재미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그때 다 자란 것이 아니었나싶다. 

그래서 요새는 기대가 별로 없다. 어른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에. 삶이 권태롭고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그 순간들이 늘어나서 기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책 속의 진희는 12살인데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무엇을 알게되었을까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 기쁨을 준 다음에는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기쁨을 도로 뺏어갈지도 모르고 또 기쁨을 준 만큼의 슬픔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무 기쁨을 내색해도 안 된다. 그 기쁨에는 완전히 취하는 것도 삶의 악의를 자극하는 것이 된다. 허석과 만날일이 기쁘면 기쁠수록 내색을 하지 말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구의 삶에서든 기쁨과 슬픔은 거의 같은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이처럼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은 이만큼의 슬픈 일이 있다는 뜻임을 상기하자.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때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편지를 가슴에 껴안고 즐거워 하거나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내 모습을 악의로운 삶에게 들키면 안 된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더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 정이 더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게 사랑이다.

할머니의 사랑 중에 고운 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나라면 이모는 물론 미운 정 쪽이다. 이모는 고운 정을 갖기는  틀렸기 때문에 할머니에게서 완전한 사랑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다. 그러나 나는 미운 정을 얻기 위해 할머니에게 함부로 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이 없다. 어쩌면 미운 정이란 고운 정보다 훨씬 더 얻기 힘든 무르익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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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국내도서
저자 : 이랑
출판 : 달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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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 이랑


이랑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이다. 이랑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슬프고 담담한 솔직하고 필터링없는 가사들을 좋아한다.

신의 놀이 앨범을 구입했었다. 신의 놀이 앨범은 일반적인 앨범들과 다르게 이랑의 에세이가 담겨있고 그와 맞는 이랑의 노래 가사가 적혀있고, 그를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 CD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CDP가 없는 관계로)

이랑의 ‘신의 놀이’를 읽고 듣고 더 팬이 되어버린 나는 이 제목을 보자마자 구입하려고 하다가 망설였었는데, 교보 도서관에 있어서 행복하게 대출하였다.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니. 흑.. 제목부터 너무 공감이 갔다.

이랑의 에세이를 읽으면 이랑의 머릿속 자신의 생각을 너무 잘 표현해서, 내가 이렇게 이사람의 속내를 다 알아버려도 되나 싶은 감정이 들 떄가 있다. 나랑 되게 다른 사람인데, 되게 공감이 가고 읽다보면 눈물이 난다. 일뿐인 삶이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그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이랑은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 그 자체인 것 같다.

신의 놀이에서 이미 읽었던 중복되는 에세이도 꽤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어도 좋았던 것은 일본에서 있었던 전시. 자기가 어떤 상황에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위에서 찍은 것들을 모아놓은 전시.

This is what I was wearing when I have to say goodbye to someone who i never want to say goodbye.

또,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부분은 다시봐도 공감이었다.

‘신곡의 방’ 앨범 몇개를 들은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난 이랑의 팬이니까! 그냥 앨범의 일환인 줄 알았는데 신곡의 방은 이랑이 일본에서 보았던 신곡의 방을 한국에서 진행한 공연이었다. 정기적인 가수(이랑)와 게스트 가수 한명이 아무런 곡이 쓰이지 않은 백지 상태에서 만나, 두명이서 2~3시간 동안 함께 화이트보드에 가사를 쓰고 음을 붙이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함께하는 공연이다.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이랑은 대체 뭐하자는 사람일까?그리고 예술이란 대체 무엇일까? 예술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힘은 강력하다. 난 예술 덕분에 사는 것 같다. 예술이 내 직업은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위안을 받고 원동력이 되고 기분전환이 된다.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직업이 아니더라도 예술을 소중히 생각하는. 삶을 예술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다. 개발을 예술로서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래는 내가 읽으며 좋았던 구절들

면접관이 ‘왜 작품활동을 못하고 있냐’고 물어서 ‘돈이 없다’는 얘기를 꺼냈는데 면접관은 ‘왜 돈이 없냐’고 다시 물어보았다. 나는 그 질문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돈이 없나.’ 그것에 대해서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매일매일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헌데 그렇게 들고 나가서는 꺼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돌아오는 날이 태반이다. 집을 나와 좀 걷다가 어디 좀 구경하다 카페에 앉으면 금세 밥시간이고 밥 먹고 운동 갔다 오면 왜 밤 열한시? 그럼 떙이다. 매일 집을 나서며 오늘은 과연 노트북을 꺼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 결국 아무것도 쓰지 않고 돌아오는 날엔 하루에 한 글자도 안쓰고 왜 이리 피곤한지 스스로 의문투성이다. … 웃다 슬프다 잠든다. 내일은 꼭 뭔가 써야지, 꼭 써야지. 글은 매일 써야지 생각하면서.

그렇게 객석을 꽉 채운 사람들이 모두 수화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두 손을 들어 반짝반짝 흔들면서도 극장 안이 너무 조용한게 이상해 좌우를 돌아봤는데, 모두가 손을 반짝반짝 열심히 흔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이게 바로 보라 부모님의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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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국내도서
저자 : 에밀 아자르(Emile Ajar) / 용경식역
출판 : 문학동네 200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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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 수 없어요."

절망독서를 읽고나서, 고전을 읽고 싶어졌다. 많이 들어본 서명이라 좋은 책이겠거니라는 생각에, 그리고 서명에 끌려 책을 빌리게 되었다. 이끌렸던 이유는, 자기 앞의 생이라는 것이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할 삶이라는 뉘앙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새 삶은 내가 감당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앞에 놓여진 나의 삶이라는 처절한 느낌이 나기도 하였다.)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을 유난히 더 좋아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실만 늘어놓는 것보다는 주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남의 생각을 엿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제 3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화자는 10살로 알고 자란 14살 아이 모하메드(모모)다. 화자가 아이인 소설도 좋아한다. 작가의 의도된 순수함을 보는 것이 좋고, 그 순수함이 잘 표현이 되면 귀여운 웃음이 나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대략,

로자아줌마가 있다. 로자 아줌마는 창녀들의 아이를 맡아 길러주는 일을 한다.모모는 로자아줌마가 맡아 길러주는 아이 중 하나이다. 돈은 꼬박꼬박 오지만 모모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모모는 예쁘고 잘생겼고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관심을 받고 싶은 10살 아이이다. 그래서 일부러 도둑질을 하고 일부러 들키고는 한다.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로자아줌마와 모모는 서로를 의지한다. 욕을하고 끔찍해하면서도.그러던 로자아줌마는 뇌혈증에 걸리게 되어 자주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점점 미쳐가고 죽어간다. 뇌혈증에 걸린 로자아줌마를 카츠라는 이름의 의사는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로자아줌마와 모모는 병원에서 죽지도 못하고 숨만 붙어있는 상태를 끔찍히 여긴다(죽어가는 것을 겨우 다시 살려내는 것을, 숨만 붙어있는 상태를).  모모는 아줌마의 친척들이 아줌마를 이스라엘로 데려가려 한다고,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의사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몰래 로자 아줌마를 지하실로 옮긴다.로자아줌마는 지하실에서 죽는다. 모모는 창백해져가는 아줌마의 얼굴에 화장을 시킨다. 냄새가 나면 향수를 뿌린다.향수가 냄새를 덮지 못하면 밖에 나가서 향수를 훔쳐와서 다시 향수를 쏟아 붓는다. 얼굴에 화장을 시킨다. 그러다 이웃의 신고로 들킨다. 끔찍한 일이라며 시체를 옮기는 사람들을 보며 모모는 생각했나? 말하기를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 수 없어요.

어느 한 창녀의 버려진 아이인 모모. 관심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나쁜 행동을 하고 누군가의 눈에 띄도록 일부러 기다리고, 맞으며 아우성치는 아이가 불쌍했다. 모모의 시니컬함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고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자조적인 웃음을 띄는 느낌이랄까.

로자 아줌마와 모모의 우정 또한 안쓰러웠다. 서로를 제외하고 의지할 곳 없어, 사랑할 사람없어 서로를 꼭 끌어안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시체에 화장을 시키고 향수를 뿌리고 다시 창백해지면 화장을 시키고 냄새가나면 향수를 뿌리는 그 과정은 너무 슬펐다. 

수용소에 갔다와서 일평생 트라우마를 겪는 로자아줌마에게 뭐가 두렵냐며 묻자 “무서워 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라는 로자아줌마의 말도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빅토르위고의 책을 소중히 여기는 하밀 할아버지의 말들 또한..

재밌고, 안쓰럽고, 찡한 책이었다.

책의 내용도 슬프고 재미있었지만, 작가또한 재미있었다. 에밀 아자르는 사실 에밀 아자르가 아니라 ‘로망 가리’ 라는 작가이다.

그는 이미 여러차례 상을 수상한 작가인데, 수상 이후로 내는 소설 마다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는다. 그러던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내고 원칙적으로 한 사람이 단 한번만 받아야 하는 상을 또 받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 자신이 사실 로망가리임을 밝히며 쓴 이야기에 킥킥대며 장난기가 묻어있는 느낌이었다. '힝~ 속았지!' 하는. 그러면서 로망가리로 또 책을 내는데 그건 여전히 비판 투성이다. 로망가리는 자살했다. 

내 작품이 오롯이 내 작품으로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평가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건 괴로웠을 것 같다. 




아래는 내가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들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의 눈에 띄도록 일부러 기다렸다. 주인이 나와서 따귀를 한 대 갈기면 나는 아우성을 치며 울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었다.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 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떄문이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떄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그 구경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 모두가 실제 인간이 아니라 기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고통받지 않으며 늙지도 않고 불행에 빠지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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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국내도서
저자 : 최은영
출판 : 문학동네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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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라는 제목부터가 맘에 콕 들어왔다. 제목만으로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은 단편집이다. 그리고 모든 단편이 왜이렇게 담담하게 슬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첫번째 단편, 쇼코의 미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 온 여고생 쇼코는 소유네 집에서 일주일 간 홈스테이를 한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할아버지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소유. 일본어와 영어를 하는 쇼코는 가족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 쇼코는 일본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서도 할아버지와 소유와 팬팔을 열흘정도의 간격으로 주고 받는다. 쇼코는 쇼코의 할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소유에게 말한다. 소유의 할아버지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소유의 할아버지는 과장섞인 거짓말을 보태어 쇼코에게 편지를 보낸다. 


가까울수록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에게 말하기가 꺼려질 때가, 불편할 때가, 힘들 때가 있다. 적당한 거짓말을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맘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내 현실이 아닌 나의 꿈과 희망을 말하는 나인 것으로 말하는 때가 있다.

읽으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솔직해지지 못하고있다. 너무 소중하기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날 잘 모르는 하는 사람의 말은 그냥 흘려 넘길 수 있는데 날 잘 아는 사람들이 해주는 말과 조언은 흘려들을 수 없어서 지레 겁먹고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맘 속에는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너희를 정말 좋아해 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아래는 내가 읽으면서 좋았던 단편의 다른 부분들, 씬짜오, 씬짜오라는 단편의 일부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없었다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헤어지고 나서도 다시 웃으며   있는 사람이 있고끝이 어떠했든 추억만으로도 웃음 지을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어떤 헤어짐은  시간이 지나도 돌아 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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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국내도서
저자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이상해역
출판 : 문학동네 2003.10.10
상세보기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않지만 읽기를 시도했던, 혹은 대충 읽었던 책이다. 속상했던 것은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반전 만은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 

줄거리는 대략, 

평범하게 자라 도서관 사서로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베로니카. 그녀는 삶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미래가 변함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살을 시도한다. 깨어보니 정신병원 빌레트였다. 그 곳에서 베로니카는 뜻 밖의 진단을 받게된다. 심장에 문제가 있어 앞으로 일주일 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살을 시도했던 베로니카는 이제 죽음을 기다리게 되었다. 빌레트에서 베로니카는 다양한 '미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제드카, 형제 클럽의 일원들, 마리아, 그리고 에뒤아르. 빌레트에서 그녀는 미친사람이기에 자유롭게 자신을 표출하고 억압되었던 자신의 본능을 확인하고 에뒤아르와 사랑에 빠지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또한, 죽음을 앞둔 그녀를 지켜보며 빌레트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반전은 뭐.. 베로니카는 죽지않는다. 의사의 논문을 위한 뻥이였지 

빌레트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미쳤는가? 화가가 되고 싶은 에뒤아르가 미쳤을까 아니면 화가가 되고 싶은 에뒤아르를 외교관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뒤아르의 부모님이 미쳤을까? 공황장애가 이미 3년전에 완치 되었지만 계속해서 빌레트에 남아있기를 고집하는 마리아는 미친걸까? 빌레트에서 산책하고 강연듣고 밥먹는, 어항 속의 삶을 살아가는 형제클럽의 일원들은 미친걸까? 

미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혹은 모두 미쳐있는 것 같다. 정신병원에 있지 않더라도.)

형제클럽의 일원들은 겁이 많은 것 뿐이다. 형제클럽의 입장에선, 이런 행복한 삶을 버리고 빌레트를 나가는 마리아가 미친 것이고. 외교관인 에뒤아르의 엄마아빠는 에뒤아르가 미친 것이고.. 뭐 그렇겠지 

사람들은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고 그 그룹에 걸맞는 사람이 되지 못할때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로니카) 미쳤다는게 도대체 뭐죠?

제드카) 미쳤다는 ....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없는 상태를 말해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있는 것처럼 말이지..너는 모든 것을 보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베로니카그건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제드카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이런식으로든 저런식으로든..

"Veronika Decides to Die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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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텍스트1 /성기완

ㅡ사랑하는 당신께


당신의 텍스트는 나의 텍스트

나의 텍스트는 당신의 텍스트

당신의 텍스트는 텍스트의 나

나의 당신의 텍스트는 텍스트

나의 텍스트는 텍스트의 당신

텍스트의 당신은 텍스트의 나

당신의 나는 텍스트의 텍스트

텍스트의 나는 텍스트의 당신

당신의 나의 텍스트는 텍스트

나의 당신의 텍스트의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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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을 몰라서 행복할 수 없어.

채우려해도 채워지지않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그토록 바라던걸 이뤄내도
왜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거야.

난 왜 사람으로 태어나서 특별한 사람이 되리란 걸 기대하고 무너지기를 반복하는거야.

외롭다고 울면서도 외로움을 즐기는 복잡미묘한 감정.
기쁘면 슬픔이 그립고 슬프면 기쁨이 그립고 어쩌자는 건지.
나보다 잘나가는 너가 부럽고 너보단 나은 나의 모습을 발견해내며 기뻐하는 옹졸한 마음이 싫다.
다른사람이 되고싶으면서도 나로서 다른사람의 삶을 살고싶은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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