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국내도서
저자 : 이슬아
출판 : 문학동네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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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 이슬아

엄마 이야기는 조금 반칙인 듯 싶을 정도로 눈물이 나게한다. 

주말엔 엄마가 말도 없이 자취방에 찾아왔다. 요즈음의 나는 아무 것도 하지않는 주말을 경멸 하면서도, 무언가를 하는게 괴로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어지러운 마음 만큼 내 방도 엉망이었다. 어두운 방에서 오후 서너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밥과 술을 먹다 지쳐 다시 잠을 자고,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밥과 술을 먹고 다시 잠이들고 오후 서너시에 일어난다. 이런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엄마가 오는게 끔찍하게 싫었다.

엄마는 사과와 귤, 빵을 사왔다. 그리고는 해를 완벽히 차단해 주는 내 암막 커튼(별모양 구멍이 뽕뽕 뚫려있어 해가 떠야 별이 뜨는) 을 걷어주었다. 동묘 바닥같이 널부러져있는 옷을 개어주었다. 함께 청소를 하였다. 요새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머니와 통화하는 엄마를 보며 서글퍼졌다. 엄마가 내 방에 잠시 왔을 뿐인데 공간은 포근해지고 편해졌다. 엄마가 돌아가고나서 또 술을 먹고 잠들긴 했지만 말이다. 

엄마는 점점 늙어가고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나는 언젠가부터 자라지않는 것 같은데 엄마는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무섭기만 하다. 아, 그런걸 생각하면 눈물이 계속 나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순간은 지나가야만 의미가 생기는 걸까? 순간을 그 자체로 소중히 여길 순 없을까? 엄마가 우는 순간. 엄마가 웃는 순간. 엄마가 귀여운 순간. 그 모든 순간이 영원 했음 좋겠다.

엄마의 롱 원피스 그 다리 사이의 나. 엄마가 업어주던 순간 일부러 잔뜩 묻히곤 했었던 콧물. 

시간 여행을 한다면 내 나이의 엄마를 보러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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