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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사서 읽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회사 언니가 아침의 피아노를 읽고 있었다. 이 두 책은 서로 관련이 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아침의 피아노의 작가 김진영이 번역한 책이다. 애도 일기는 롤랑 바르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마망(엄마)를 잃고나서 적은 메모를 모아 엮은 책이다. 아침의 피아노는 그 애도 일기의 번역가였던 김진영이 암에 걸리고 난 뒤 적었던 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연관성 있는 두 책. 언니에게 바꿔 읽자고 했다.
지하철로 오고 가며 책을 다 읽었다. 독서 기록용 앱을 켰다. 완독을 표시하자 익숙한 별 모양이 뜬다. 책에 대한 평가를 기록해달라고 한다. 잠시 멈칫 했다. 내가 과연 어떠한 개인의 삶을 평가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고 숙연해졌다. 이 책은 내 취향인지, 내가 좋아하는 문체인지, 재미있는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건 그냥 그 사람의 기록이고 그 사람이 거기 있었다는 존재로서의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몰랐지만 앞으로 살면서, 특히 내가 나 자신 혹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면서 삶을 회고할 때 언젠가 김진영 작가님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김진영 작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괴로운 순간에도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사랑때문에 행복해 하는 사람. 아픈 나날에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사랑 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스스로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 점점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순간에도 세상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사람.
나도 그처럼 무던하고 싶다.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존재가 있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는 내 곁의 누군가가, 혹은 내가 죽어가는 상상을 한다. 그럴 때의 상실감을 상상하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목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눈까지 올라와서 뜨거워진다. 내 곁에 소중한 것들은 아직 손 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는데 나는 무엇때문에 이렇게 아둥바둥 사나 싶다. 뭘 하고 있는가 싶다.
사람은 무언가가 사라져야 소중해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내가 그냥 그런 존재인걸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그런 숙명을 타고 태어난 걸까? 나는 영원함을 추구하지만 막상 영원해지면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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