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정영목역
출판 : 도서출판청미래 200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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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쓰지않는 네이트 메일에 들어갔다가, 약 9년전에 알바했던 동생들과 만든 독서모임에서 제출한 독후감을 발견했다. 메일 제목은 "독후감 ㅋㅎㅋㅎ" 보낸 날짜는 "2010.10.26" 읽은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는 "알랭 드 보통". 지금도 좋아하는 작가와 책이다. 

글은 정말 못 썼지만 (지금도 못 쓰지만) 20살의 유진이가 감명깊게 읽고난 책의 독후감을 읽고 싶어서 그냥 그대로 블로그에 올려본다. 근데 참 슬픈 것은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책이름: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 알랭드 보통

읽은 날짜: 2010.9.28

독후감쓴사람: 유지Neeeeeee ^*^


나는 너를 왜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이란 어떠한 감정의 작용일까?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도서관에서 그냥 무슨 책이 있나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의 제목이 나를 이끌기보다는 유명한 작가의 이름이 책을 고르게 만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고른 이 책은 재밌었고 멋있었고 좋았다. 또 철학적 이기도 했다.

이 책은 사랑의 모든 과정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스토리로 엮은 책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 사랑을 하면서 우리가 범하게 되는 수 많은 오류들, 권태기, 헤어짐의 과정, 그리고 새로운 사랑 그리고 그 속의 감정들을 철저하게 분석 했다. 나는 사랑이란 것을 이토록 분석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사랑은 OO이다. 이런 식으로 정의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떠한 행위인지 왜 우리는 사랑을 하는지에 대해서 등등!) 

나, 그녀 클로이. 그리고 조연인 나의 친구 한 명. 이 세 명이 고작인 이 책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클로이’에게 첫눈에 반한다. 낭만적 운명론자인 그는 그녀와 내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사랑에 빠지게 확률을 계산하며 ‘클로이’ 가 자신의 운명의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 후, 그녀에게 계속되는 구애와 관심의 표현, 몇 번의 데이트로 클로이의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에 성공한다. 사랑을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그 뒤로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노래의 가사같은 스토리가 이어진다. 클로이를 친구에게 빼앗기면서 그는 모든 삶을 잃은 듯 하다. 하지만, 또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다시 경험하게 되는 운명적인 느낌. 그리고 이 모든 사랑의 과정들의 반복. 

별 다른 이야기도 없다. 그냥 모든 사람들이 행하는 전형적인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말할 뿐이다.


나는 사랑을 해본적이 별로 없다. 아니, 별로 없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어떤 한 명을 제대로 좋아해본적도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나도 이성에게 호감을 느꼈던 적이 있고(많고), 그 호감 안에 느꼈던 사소하고 작은 감정들이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작가가 얼마나 감정들을 면밀히 분석했는지 내가 느꼈던 그 사소한 감정들 또한 고스란히 적혀 있어 놀랐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 

책에 나오는 그 많고 많은 사랑의 이론 중, 나의 공감을 가장 크게 불러 일으킨 것은 바로 ‘마르크스주의자’ 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1960년대 미국의 한 희극인인 마르크스라는 사람이 말한다.

'나는 이 클럽에 들어가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이 곳에서 나를 받아준다면 나는 절대 이 클럽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 

내가 열망하고 원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높아 보이던) 이 곳이 나 같은 사람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너무도 실망스럽다. 나 같은 존재를 받아줌으로써 그 가치는 너무나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입하지 않겠다. 라는 것이다. 

낮은 자존감에서 만들어지게 되는 이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사랑에 대입해 보았을 때, 그 것은 너무나 나의 이야기. 

나는 그렇다. 어떤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가지다가도 가까워지거나 연인이 되면 그 환상은 깨져버리고 만다. 또, 깊이 알아가면 알아 갈 수록 흥미를 잃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항상 겪는 패턴은 이러하다: 평소 멋있고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나를 좋아한다고? 그렇게 되면 갑자기 바뀌는 나의 생각들 ‘음.. 이 사람 조금 문제인 것 같아’. 자꾸만 단점을 찾아내려하고 그의 장점도 단점으로 만들어낸다. 결론적으론 이런 이유, 저런 모습 때문에 이 사람은 나와 맞는 사람이 아니다. 우린 인연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놓치고 내친 사람들(사랑뿐 만이 아니라 수 많은 인간관계에서도)이 얼마나 많았던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관계가 발전하지 못했을 때에는 계속해서 그대로 멋진 사람이라는 환상이 내 맘을 지배했다.

그 기저에는 이런 맘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그렇다면 이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은 아니야. 분명 어딘가 이상하거나 고칠 수 없는 이상한 점이 있기에 나를 좋아하는 걸꺼야. 그래, 이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날 좋아 할 리가 없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래서 자신을 무시해야 사람에대한 열망이 생기고 사랑이 생긴다던데 그럼 나는 나쁜 남자만 만나야하나?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가 그보다는 먼저 내 자신을 사랑해서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제목의 책. 서명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거였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섭게도 내가 너를 미워하는 이유 또한 네가 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우리는 서로 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에.라고 말한다. 맞는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좀 안타깝다. 사람이 사랑을 하는 이유는 정말로 결국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를 갈망하기 때문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꼭 다시 한번 더 읽고 싶다. 사랑을 제대로 해본 다음에. 왜냐하면 지금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시 읽을 그 때에는 나의 자존감이 높아져서 남이 주는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란다.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사람이 되어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때에는 더 큰 공감과 함께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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