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나 샀다!

Ta-da! BubbleSort zines에서 잡지(?)를 하나 구매했다. BubbleSort zine 시리즈는 고등학생 수준으로, 낙서와 그림이 가득한 얇은(58페이지 가량) 컴퓨터 과학 잡지이다.  "How Does The Internet?" 편을 구매했다. 사게된 이유는 저자의 어떤 포스트가 너무나 감명깊었기 때문이다. 

재밌는 걸 읽었다. 

Medium에서 sailor mercury라는 이름의 프로그래머가 작성한 포스트를 읽었다. 제목은 Art and Math and Science, Oh My! 최근 읽은 글 중 가장 감명 깊었다. 포스트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어떤 내용이었냐면......!

sailor mercury는 자라면서 예술을 사랑했고 과학도 사랑했다. 그리고 두 분야에 모두 재능이 있었다. 

예술과 과학은 서로 연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생에서 뭘 해야할지 결정할 시기가 오자, 두가지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만하나 고민하다 결국 MIT 공대에 진학했다. 대학에 와서도 여전히 강의를 들으며 그림을 그렸다. 다른 친구들처럼 주말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예술 그리고 과학, 서로 다른 두가지를 똑같이 좋아하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그런 자신을 보고 절친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I think that the unifying thing about all of your interests is that you really like creating and making things, whether that’s a painting or a program." 

내 생각에 네 모든 관심사를 통틀을 수 있는건 너가 창조하고 무언가를 만드는걸 정말 좋아한다는 거야. 그게 그림이던, 프로그램이던간에 상관없이.. 

그 후, 예술과 과학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예술과 과학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탐구했다. 

디자인은 기술을 사용가능(usable)하게 만들어준다. 

예술은 수학과 과학을 배우기 쉽게 만들어준다. mercury도 그런 관점에서 그림과 만화가 가득한 Bubblesort Zines(이 시리즈 중에 하나를 구매했다 :D )) 를 쓰기 시작했다. 

예술은 과학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mercury가 만나온 대부분의 동료들이 그렇다. 도라에몽을 사랑하고, 도라에몽처럼 멋진 도구들을 만들고 싶어서 엔지니어에 대한 꿈을 키웠다. 아톰을 보고 로봇을 연구하게 된 동료들이 대부분이다. 

또, 과학은 예술을 우리 일상으로 끌어와준다. 앙리 마티스의 조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자바스크립트로 구현한 사이트 처럼. (또 그냥 포스트와 상관없이 webcam으로 움직임을 감지해 실시간으로 노래를 만들어내는 https://jeonghopark.github.io/scanseqjs/ 이거 멋있다.) 

여튼 그래서 결국, 과학과 예술을 분리하지 말자는 게 mercury의 말이었다. 그 둘을 분리해버리는 것은 둘 다에 관심있는 사람이 하나를 포기하게끔 만들고 좌절시킨다(mercury처럼). mercury가 들어왔던 art class. science class.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예술이 있는 과학 수업 혹은 과학이 있는 예술 수업을 상상해보자. 셜록 홈즈에 나온 화학 작용들을 알아보는 화학 수업처럼.

과학과 예술은 "함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감명깊었던 이유는

나름 열심히 요약해보았는데, 내 글은 재미가 없다. 그 자체로 예술의 중요성을 명백히 나타내는 것 같다. 저 포스트에는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넘치고, 여기에는 없다. 텍스트로 온전히 생동감을 전달할 수 없다. 

mercury의 말대로 우리는 특별히 하나를 잘하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사회에서 살고있다. 그리구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 딱 한가지를 잘하는 사람이 줄곧 되어오고 싶었다. 하지만 난 별로 그런 사람도 아니고, 딱 한가지만을 잘하지 않고, 한가지에만 관심이 있지도 않다. 주말이 올 때마다 "아 내가 프로그래밍 너드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왔지만.. 어쩔 수 없다. 난 프로그래밍 너드는 아니다. 

프로그래밍을 직업으로 삼게 된 건 분명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고나서는 즐거운 순간을 잊어버린 것 같다. "학습", "끊임없는 공부", "사이드 프로젝트" 이런 말들에 겁에 질려 재밌는 순간은 잊어버리고 "해야하는데"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압박만 받아온 것 같다. 

프로그래밍이 즐거웠던 이유는 생각이 코드가 되고, 그 코드가 동작해서 구현이 되었을 때의 "창조"하는 기분이 좋아서. 그리고 생각한 것을 만들어 내는게 신기하고 좋아서. 내가 수학공식으로 첫 응용문제를 풀어내었을 때처럼, 마치 퍼즐을 푸는 것 같은 쾌감이 들어서. 여러가지 즐거운 이유가 있었다. 

프로그래머의 덕목들을 다 갖추지 못한 나를 조금 미워해왔다. 그치만, 프로그래머의 덕목이라고 불리진 않을지라도 다른 덕목들을 갖추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많이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술을 좋아한다. 감성 넘치는 순간들을 사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업을 하고 싶다. 소스 코드에 다정하지만 명쾌한 주석을 달고 싶다. 사용자들의 마음이 노곤노곤해지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작고 소소한 귀여움을 숨겨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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