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게 된다면 절대하지 않을 것 중 하나는 운동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통해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낀다던데,
나는 운동을 하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운동이 싫다. 숨을 헥헥 거리게 만드는 모든 동작이 싫다. 얼굴에 오르는 열이나, 등 뒤로 흐르는 땀도 싫다.
목에서 쇳맛이 나는 것도 싫고, 심장이 쿵쿵대는 것도 싫다.
근력 운동이 참 싫다. 버티는 모든 운동들. 플랭크 1분 버티기 같은 것, 레그레이즈, 마운틴 클라이머, 케틀벨.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괴롭고
운동을 하고있으면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괴롭고
운동이 끝나면 맥주가 마시고싶다. 운동을 헛되이 할 수 없기에 맥주를 못마신다. 그래서 괴롭다.
못 참아서 마시면 또 그 때는 죄책감에 괴롭다.
그나마 산책은 정말 좋아하는데 폐인인 상태로 집밖으로 나가는건 또 싫다.
밤에는 위험하고 무서워서 나갈 수 없고, 아침은 게을러서 나가지 못한다. 점심엔 어색한 누군가를 마주칠까봐 싫다.
이럴 땐 정말 투명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성북천이나 성복천이나 청계천이나 낙산공원을 마음껏 산책하러 갈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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